photo by sooyoung choi
평온재 이야기
양주 단독주택 평온재(平穩齋)는 건축주와 닮았다. 집의 형태 뿐만 아니라 배치와 마감에 이르기까지 건축주의 생각을 읽고 해석하는 과정 속에 집이 나타났다. 나타났다라는 말이 가장 적확할 것이다. 집을 계획하는 건축가로서 내가 한 일은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고 선택에 약간의 도움을 준 것 뿐이었다.
옥정 신도시 택지지구 내 위치한 대지는 여느 택지지구와 같이 정갈하게 구획된 도심속에 위치하고 있다. 특이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직선의 대지가 아니라 부채꼴의 모양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로가 있는 남쪽은 좁고, 공원이 위치한 북쪽은 넓은 부채꼴 모양의 대지 속에 집을 어떻게 앉히는가가 가장 큰 과제였다.
건축주는 외부에 노출 되지 않는 집을 바랐다. 동시에 개방감 있는 집을 짓기 원했다. 하지만 지구단위계획구역 내 법규상 담장의 설치는 1.2m 이하가 되어야 했고 그마저도 투시형 담장을 설치하여야만 했기에 담장은 그 대안이 될 수 없었다. 대지의 조건과 법률은 건축주가 바라는 삶의 모습과 대척점을 이루고 있었다. 한계를 짓는 것도 대지지만 해답은 언제나 대지 속에 있다. 내가 낸 해결책은 3개의 매스를 연결지어 자연스럽게 마당을 구성하도록 계획하는 것이었다.
부채꼴모양의 대지에 앉힌 건물은 삼각형 모양의 중정을 만든다. 좁지 않으면서도 대지가 갖는 특성을 그대로 살린 중정의 모양이다. 3개의 매스가 만들어낸 모습은 군집을 이루며 입체적인 입면을 만든다. 매스를 이루는 사이사이에는 창을 두어 다양한 풍경과 빛을 끌어들이도록 계획하였다.
3개의 매스는 다른 모습만큼이나 그 쓰임을 달리한다. 깊은 처마에서부터 시작되는 여정은 높고 긴 거실을 지나 개별실까지 이어지고 삼각형의 모서리와 꼭지점이 만들어내는 예각은 미묘한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평소 집의 이름을 따로 짓지 않는다.
건축주는 평온재(平穩齋)라는 이름을 지었다. 살면서 평온하고 지으면서도 평온한, 과정속에서의 평온한 집을 염두하며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시공과정이 결코 평온하지만은 않았다. 건축주의 배려와 시공사의 노력없이는 평온재(平穩齋)는 불안하게 서있었을지도 모른다.
평온재(平穩齋) 과정과정을 함께 해준 건축주와 시공사에게 노고와 감사를 드리며 앞날에는 평온한 날만이 가득하기를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