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이야기
강인한 인상을 가진 건축주와 만났다. 그 인상만큼이나 요구사항도 강인했다.
답답한 건 싫다. 커다란 창문이 있으면 좋겠다. 단단한 집을 원한다.
더 이상의 요구사항은 없었다. 친구들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강인한 남자의 집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대지는 위례 택지지구 내에 있는 사각형 모양으로 주변의 완공된 건물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좌우 측 집들 사이에서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어야 할지 고민하면서 집을 계획하였다.
북동쪽으로 살짝 치우진 대지 위에 건물을 앉힌다. 도로에 접한 집은 언제나 프라이버시가 주요사항이다. 어떻게 막고 어떻게 여는지가 집의 배치에 있어서 가장 유의미한 사항인 것이다. 도로를 면하고 있는 부분을 두터운 입면으로 처리하고 그 뒤쪽으로 안마당을 두는 방식으로 집을 계획하였다. 자연스럽게 커다란 입면이 생기게 되는데 이럴 경우 도로를 마주하며 위압적인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이를 조금 완화하고자 1층의 현관 부분을 안쪽으로 살짝 들이밀었다. 자연스럽게 밀려난 공간 위로 풀이 자라난다. 그 위로 사선이 만들어낸 깊은 그림자가 집안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만든다. 살짝 내어준 공간이 거리에 쉼을 만든다.
외부의 강인한 인상과는 달리 내부는 차분한 모양을 만들고자 하였다. 네모 반듯한 조형과 함께 동그란 원을 첨가하여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하였다. 또한 재료 그대로의 물성을 살린 기둥과 보를 중간중간 드러내어 속살을 비춰 무게감을 더하고 새하얀 대리석 바닥으로 깊이감을 더하고자 하였다.
답답함을 싫어하는 건축주를 위해 1층의 거실은 2개 층을 열어두었다. 그렇게 열린 거실 맞은편으로 열린 커다란 창은 외부를 비추는 커다란 스크린이 되었다. 강렬한 동향이 스며들고 퍼지면서 아침을 깨운다. 그야말로 아침의 집이다.
2층 주인 침실의 코너창에서도 아침의 햇살이 강렬하게 드리운다. 주인 침실과 화장실 사이에 사이좋게 걸려있는 원형 창으로 시시각각 빛의 줄기가 퍼져간다.
조형 속에서 살아간다. 환경과 이야기가 중요한 순간 속에서도 우리는 조형 속에서 살아간다. 천장의 모양이 조금만 달라도 예민한 우리 몸은 모두 알아차린다. 공간감은 애초부터 우리가 가지고 있는 능력인 것이다. 본능인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집을 필요로 한다. 조형이 만들어낸 공간이 필요하다. 그러한 의미 있는 공간이 우리 삶을 바꿔갈 것이다. 나의 설계는 언제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클라이언트와의 이야기
대지와의 이야기
주변과의 이야기를 통해서 기댈 곳을 찾아 나선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내가 기대고자 한 바는 강렬한 동향 빛이다. 빛으로 빚어진 두터운 매스가 이 장소 속에서 그리고 건축주의 삶 속에서 무거운 존재로 자리 잡기를 바라본다.








